전편에서는 아르누보 시대의 예술성이 뛰어난 램프 디자인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세상은 점차 아르누보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더니즘의 열풍에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아르 누보가 연상시키는 디자인 언어는 꽃과 자연물 등의 이미지를 차용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패턴 등이 대표적인데 반해 모더니즘은 평면과 직선 등을 활용한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그렇기에 심플해 보이는 디자인이 특징이죠. 이 시기에는 수없이 많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디자인 흐름을 이끌고 가는데, 특히 다음의 두 명이 램프 디자인의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찰스 매킨토시와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입니다. 로이드 라이트는 구겐하임 박물관을 건축한 건축가로 유명한데요.
그의 건축 미학은 자연과의 조화가 특징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조명(자연광과 조명기구)을 그의 건축에 포함시키고 또 이를 위해 새로운 조명기구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들은 조명기구의 디자인에 기능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의 모형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테이블 램프를 보면 아르 누보 스타일의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이 직선을 강조한 모더니즘 건축 양식과 조화를 이루며 구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의 또 다른 선구자인 찰스 매킨토시는 아마 이름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하지만 가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 사진의 의자는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의자의 앉는 기능보다 장식적인 요소를 강하게 부각시킨 일종의 오브제 같은 이 Hill House Chair도 역시 아르 누보의 영향에 기반을 두고 탄생하게 되지만 프레임의 구조 등이 드러내는 간결한 직선을 통해 표출되는 디자인 언어는 모더니즘의 출발을 선도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다수의 영화에도 출연(?) 한 적이 있는데, 대표작으로 뽑을 수 있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세련된 뉴욕 여피의 아파트 거실 한 면을 멋지게 장식하는 오브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르누보의 장식적인 형식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미학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모더니즘은 마침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에까지 도달하며 다양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네덜란드의 De Stijl을 대표하는 게릿 리트벨트는 간결한 수직선이 특징적인 Table Lamp를 선보이는 데,
Table lamp 1925 by Gerrit Rietveld
그의 상징과도 같은 Red/Blue Chair의 프레임 구조에서 볼 수 있는 교차하는 수직 수평선이 만들어 내는 디자인의 특징이 램프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Red/Blue Chair
독일 바우하우스 출신의 빌헬름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인 ME1은 기능을 위한 형태적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초기 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디자인입니다. 돔 형태의 상단은 원형이 드러내는 부드러움과 곡선미를 갖추고 있고, 전체적인 구조가 간결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계가 장점입니다.
ME1 Model lamp 1924 by Wilhelm Wagenfeld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모더니즘 스타일은 장기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공용 디자인 언어로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덴마크의 디자이너 폴 헤닝센은 램프 디자인에 관해서 이렇듯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모더니즘의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그가 초기 모더니즘 시대에 내놓은 디자인을 보시죠.
PH table lamp 1927 by Poul Henningsen
1927년에 출시된 이 디자인은 단순한 원형갓이 반복적으로 상승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반복되는 구조 사이의 적절한 비례와 균형미가 장점입니다. 이런 초기 디자인은 대중의 사랑을 통해 50년대와 60년대로 연결되며 훨씬 더 세련되게 완성된 디자인으로 발전되었는데 그 정점을 이룬 제품으로는 아티초크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덴마크 루이스 폴센에서 1958년에 출시된 펜던트 램프를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PH 아티초크는 단순히 미적인 부분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모더니즘 디자인 미학의 특징인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잎이 덮인 듯이 겹겹이 쌓인 각 부분은 램프에서 발생하는 눈부심을 정확하게 예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PH 아티초크
이와 같은 폴 헤닝센의 멋진 디자인들은 현재까지도 인터넷상에서 많은 카피캣들을 양산하고 있는 시대를 뛰어넘은 명품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모더니즘이 20세기 초에서 20세기 중반까지의 기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오직 모더니즘 스타일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르데코 역시 20세기 초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디자인 사조인데요, 화려한 장식이 기억에 남는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면서 다음 편의 램프들을 살펴본다면 디자인에 관한 이해가 좀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